

그들만의 여름휴가
‘...참으로 붉단 말이죠. 저 눈동자가.’
사에구사 이바라가 턱에 얼굴을 괴고, 란 나기사를 바라보았다. 사에구사 이바라의 푸른 눈에는 저의 눈과는 대비되는 란 나기사의 붉은 적안을 바라보았다.
“...라.”
“······.”
“...바라.”
“······.”
“...이바라?”
사에구사 이바라는 멍을 때리고 있다가 란 나기사의 부름에 깜짝 놀라며, 의자를 빠르게 뒤로 빼냈다.
“각하?! ㅁ...뭔가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라도 있는지요?”
“...아니. 그냥. 이바라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. 뭐 묻었나 싶어서.”
“하하. 자신이 많이 피곤한가 봅니다. 각하를 보면서 멍을 때리다니.”
“...이바라. 악몽이라도 꾼걸까? 어제 나랑 쉰다고 일찍 들어갔잖아.”
란 나기사와 사에구사 이바라의 교제 3년. 그 시간 사랑이 얼마나 더 깊어졌겠나. 그새 둘은 같은 집에서 같이 동거하고 있었다.
더군다나 지금은 여름 휴가인데도 불구하고, 코즈프로의 사무실에서 란 나기사와 같이 저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. 그렇게 바쁜 일도 아닌데. 나중에 처리하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, 사에구사 이바라는 나중에 여름 휴가가 끝난 후에 일이 더 쏟아질 것 같다면서, 사무소로 출근하기 바빴다.
“악몽이라뇨, 각하. 그럴리가요. 그냥 피곤한 것 뿐입니다.”
이래도 일, 저래도 일. 충분히 피곤하다고 둘러댈만 했다. 그 탓에 저의 연인인 란 나기사의 걱정을 사기는 엄청나게 충분했다.
“...이바라,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?”
“각하의 도움이라니, 정말 언제 도움을 받아도 황송하기 그지 없습니다! 그럼 각하는 이 서류철들을 봐주시겠습니까? 자신은 마저 하던 일을 할테니까요.”
“응, 그래. 알겠어.”
그렇게 그들의 하루 일과가 진정으로 시작되기 바빴다.
* * *
스윽.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, 벌써 오후 9시 30분이다. 오후 9시 30분. 12시간이 지나있었다. 딱 12시간. 그들이 얼마나 빡세게 일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.
쭈욱, 기지개를 켜는 사에구사 이바라.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는, 그새 일을 전부 마치고 소파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란 나기사에게 다가갔다.
‘...정말이지, 당신은 왜 이런 상황에서도 굴욕이라는게 없는거야.’
쪽. 사에구사 이바라가 란 나기사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. 심장 쪽에서 계속해서 떨림이 느껴지는 사에구사 이바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. 자꾸 바라보고 있으면, 닳진 않아도 계속 심장이 쿵쾅쿵쾅거릴 것만 같아서, 란 나기사가 혹시라도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깰까봐.
피식. 웃는 소리가 났다. 사에구사 이바라는 란 나기사가 잠들어 있는 소파를 바라다보았다. ...?하고 물음을 갖는 순간에 란 나기사가 사에구사 이바라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.
“이바라. 왜 더 안해줘?”
“...? ...?!”
“이바라?”
“각하, 언제 깨셨...”
사에구사 이바라의 질문에 란 나기사는 사에구사 이바라가 더 질문하기도 전에 사에구사 이바라의 손목을 잡아당기며, 볼에 입을 맞추었다. 쪽―.
“...이바라. 이제 천천히 돌아갈까?”
그렇게 오늘도 그 둘의 하루는 천천히 저물어갔다.
